티스토리 뷰
은퇴 자금으로 1억 원 이상을 벌었다는 말에 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한 달에 5일도 채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노후가 걱정되실 것 같았던 분이었는데, 오히려 그분은 걱정이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대로면 안 되겠다고. 문제는 주식이 뭔지조차 몰랐다는 겁니다. 상한가, 하한가, 호가창… 들어본 말인데 정확한 뜻은 하나도 몰랐습니다. 귀동냥으로 얻은 어설픈 선지식이 오히려 제대로 배우는 걸 방해하더군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호가창과 주가 지표, 이것만 알면 절반은 왔습니다
주식 앱을 처음 켰을 때 화면이 복잡해서 그냥 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앱 하나로 간단하게 사고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숫자와 색깔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니 결국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줄서기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는 원래 PC 기반이던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모바일로 옮긴 것입니다. 여기서 HTS란 집에서 전문가들이 쓰던 복잡한 주식 거래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기능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그걸 그대로 스마트폰에 욱여넣은 셈이 되었습니다. 화면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화면 한가운데 보이는 호가창이 핵심입니다. 호가창이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는 매수호가와 팔겠다는 매도호가가 한눈에 나열된 창을 말합니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사려는 사람들의 가격, 위쪽은 팔려는 사람들의 가격이 쌓여 있습니다. 29만 원, 30만 원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에 매물이 유독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여기서 체결 강도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체결 강도란 매수 체결량을 매도 체결량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값으로, 지금 시장에서 사려는 힘이 강한지 팔려는 힘이 강한지를 숫자 하나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00보다 크면 사려는 쪽이 더 강하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빨리 털고 나가려는 매도 압력이 더 크다는 신호입니다.
주가를 볼 때 헷갈리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가가 높다고 해서 그 회사가 크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사의 실제 규모는 시가총액으로 판단합니다. 시가총액이란 발행된 주식 수에 현재 주가를 곱한 값으로, 주가가 올라야 시가총액도 커집니다. 주가가 너무 높아 소액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울 때는 액면 분할을 통해 주식 수를 늘리고 주가를 낮춥니다. 삼성전자가 2018년에 이를 단행해 주당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KRX)).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가늠하는 지표로는 PER과 PBR이 자주 쓰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한 주당 순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몇 배나 형성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이 값이 동종 업계 평균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회사가 가진 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두 지표 모두 혼자 보는 것보다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할 때 훨씬 유용합니다.
- 호가창: 매수·매도 주문이 가격별로 줄 서 있는 화면으로, 시장 심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체결 강도: 100 이상이면 매수 우세, 100 미만이면 매도 압력이 강하다는 신호입니다
- 시가총액: 회사 규모를 판단하는 진짜 기준이며 주가와 발행 주식 수의 곱입니다
- PER·PBR: 주가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동종 업계 비교를 통해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캔들 차트와 시장 안전장치,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차트를 처음 봤을 때는 붉은 막대기와 파란 막대기가 뒤엉킨 것이 마치 심전도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살펴보니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저 막대기 하나를 캔들이라고 부르는데, 캔들이란 하루 동안의 주가 흐름을 시가·종가·고가·저가 네 가지 숫자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그래프 단위입니다.
시가는 장이 시작될 때의 가격, 종가는 장이 끝날 때의 가격입니다. 고가는 하루 중 가장 높이 올랐던 가격, 저가는 가장 낮게 내려갔던 가격이고, 이 둘이 캔들의 위아래로 뻗은 꼬리에 해당합니다. 종가가 시가보다 높으면 빨간 캔들, 낮으면 파란 캔들이 됩니다. 이 캔들을 일봉(하루), 주봉(일주일), 월봉(한 달) 단위로 모아서 보면 주가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차트를 볼 때 함께 보이는 선이 이평선(이동 평균선)입니다. 이평선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를 평균 낸 값들을 이어 그린 선으로, 5일선과 20일선은 단기 흐름, 60일선은 중기, 120일선 이상은 장기 추세를 나타냅니다. 골든 크로스는 단기 이평선이 중장기 이평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갈 때 나타나는 신호로,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 타이밍으로 해석합니다. 반대로 단기선이 중장기선 아래로 내려가는 데드 크로스는 매도 신호로 여깁니다. 단순하지만 실제로 꽤 널리 쓰이는 분석 기법입니다.
시장에는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 작동하는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먼저 상한가와 하한가는 하루에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최대 한계로, 전일 종가 대비 ±30%로 묶여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는 이런 제한이 없어서 하루에 주가가 수십 퍼센트씩 움직이기도 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우리나라는 이 제한 덕분에 하루의 손실 폭이 어느 정도 제어됩니다.
그보다 더 촘촘한 장치가 VI(변동성 완화 장치)입니다. VI란 주가가 단시간에 급격히 출렁일 때 자동으로 발동되는 장치로, 잠시 동안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단일가 매매란 그 시간 동안 쌓인 주문들을 한 번에 모아 가장 많이 체결될 수 있는 가격 하나로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예상 체결가라는 개념도 이와 연결됩니다. 예상 체결가는 장 시작 전인 오전 8시 30분~9시, 또는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20분~30분 사이에 표시되는 값으로, 쌓인 주문을 바탕으로 한국거래소가 예측한 시가 또는 종가입니다. 장 중 실시간 체결가와는 다른 개념이니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수 거래와 신용 거래에 대해서도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미수 거래란 주식 매매 결제가 이틀 뒤에 일어나는 구조를 활용해, 전체 금액의 일부만 있어도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신용 거래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둘 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이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이 원금을 초과할 수 있고 반대매매라는 강제 청산 위험도 따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초보자가 건드릴 영역이 아닙니다. 저도 아직 손댈 생각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식 초보인데 호가창을 꼭 봐야 하나요?
A. 처음부터 완벽하게 읽으려 하면 부담입니다. 일단은 현재 주가와 거래량, 그리고 매수·매도 주문이 어느 쪽에 더 많이 쌓여 있는지 정도만 파악해도 충분합니다. 익숙해지면 체결 강도 같은 지표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Q. PER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주식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PER은 동종 업계 평균과 비교할 때 의미가 생깁니다. 업종마다 적정 PER이 다르고, 기업이 성장 중인지 쇠퇴 중인지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집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PBR이나 매출 흐름 같은 다른 지표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골든 크로스가 뜨면 바로 사도 되나요?
A. 골든 크로스는 매수 타이밍의 참고 지표 중 하나이지, 무조건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보는 지표이기 때문에 신호가 나타날 때쯤에는 주가가 이미 상당히 올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거래량이나 다른 지표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 VI가 발동되면 주식을 팔 수가 없나요?
A. VI가 발동되면 잠시 동안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이 시간에도 주문은 넣을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이 지나야 한 번에 체결됩니다. 실시간으로 바로 팔리지는 않으니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가가 급변할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작동하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Q. 미수 거래나 신용 거래는 초보자도 써도 되나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초보 단계에서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익이 날 때는 레버리지 효과로 좋아 보이지만, 주가가 조금만 내려도 반대매매가 발생해 원금 이상의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자기 돈으로 기본기를 충분히 쌓은 뒤에 접근해도 늦지 않습니다.
결론
그분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노후 걱정이 없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식이 거창한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개념을 하나씩 익혀 나가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상한가가 뭔지, 호가창이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더군요.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덕분에 더 빨리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캔들 하나 읽는 법, PER이 뭔지, 호가창에서 뭘 봐야 하는지 — 이것만 제대로 알아도 MTS 화면이 훨씬 덜 무섭게 느껴집니다. 주식은 결국 사고파는 행위이고, 나머지는 그 판단을 돕는 도구들입니다. 지금 당장 목돈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걷다 보면 익숙해질 것을 믿고, 한 걸음씩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